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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29

나는 이빨이, 엄마는 마음이! 아침, 저녁 하루에 2번 양치전쟁을 치르고 나면 진이 다 빠질정도다. 양치 하자고 하면 우리 아이의 패턴은 거의 이렇다. 갑자기 자기 방에 뛰어들어가며 급한일이 있는 듯 딴 짓을 한다. 놀던 장난감을 모두 치워야 한다며, 조립 로봇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시계박사가 되어 시계바늘로 협상을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주다 보면 20-30분은 기본이다. 요즘 나이 때는 억지로 들고 양치를 시킬 수도 없기에 뻔한 변명을 해도 어느 수준까지는 속는 셈 넘어간다. 어제도 저녁 8시반, "양치하자~" 소리로 시작해 화장실에 9시가 다되어 들어갔다. 원래는 한 10초 까딱 까딱 하다가 엄마보고 해달라며 바통터치를 하는데 웬일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하겠단거다. 5살 아이들은 대부분 양치를 혼자 말끔히 하지 못한다... 2021. 11. 4.
엄마... 이불 좀 덮어주세요... 두돌 지나고 예방접종이 한동안 없다가 4돌 지나니 3-4개의 백신일정이 생겼다. 수두부터 어려운 영어이름 주사까지, 일정에 따라 아이를 데리고 늘 가던 소아과로 갔다. 평소 씩씩하게 주사를 잘 맞던 어린이(?)인데 그 날은 오랜만에 주사를 맞으러 갔더니 좀 긴장해 보였다. "엄마, 주사 한 대 맞는거야?", "주사 맞고 나면 나 1층 빵집에서 젤리 사먹을거야~" 그럼~ 오늘은 주사 1대만 맞고 가는거고, 젤리도 핑크퐁, 신비아파트 중에서 마음에 드는걸로 고르라며 언넝 한 대 따끔하게 맞고 나오자고 했다. 꼼꼼히 예방접종 신청서를 작성했고 아이수첩을 간호사에게 건냈다.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이 예상밖의 말씀을 건네셨다. "어머니 오늘 아이 주사 2방이에요. 오른쪽 왼쪽 하나씩" OMG.....!!!! 말을 .. 2021. 10. 30.
어린이집에 배추 선생님이 오셨어요. 저녁시간 밥을 먹던 아이가 신이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오늘 우리반에 배추 선생님이 오셨어" 응? 배추선생님?? 내가 아는 그 배추가 맞냐며 몇 번이고 되물었는데, 정말 '배추선생님'이 맞다는거다. 그것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몇 번이고 다시 말했다. "응! 배추선생니임~!! 오늘은 배추선생님이랑 같이 놀았어요." 나는 남편이랑 눈빛 신호를 주고 받으며, 해석불가의 단어를 곰곰히 생각했다. 아, 이번주에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휴가를 가셔서 자리를 비운신다 했던 공지가 생각났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대신 오셨나보다. 근데 왜 그 분이 '배추 선생님' 이란 말인가!? "어.. 음.. 오늘 배추 선생님이 처음 오셨을 때는 약간 부끄러웠는데 나중에 책도 읽어주시고 했어." 문득 머리.. 2021. 10. 24.
5살 아이의 쿨내 진동 한 마디 우리 아이는 스스로를 '스피드 부스터'라고 불러 달란다. 그만큼 속도를 좋아하고, 달리기를 사랑하는 아이다. 집 앞 공터에서 엄마 아빠와 달리기 시합을 하자며 대결을 자주 신청한다. 물론 10번 중 10번은 아이가 이긴다. 엄마, 아빠가 일부러 져 준다는걸 아직은 눈치 못챈 듯 하다. 어느 날은 동갑내기 아이를 키우는 친구네 가족과 공원에 놀러갔다. 오손도손 놀던 두 아이가 냅다 달리기 시합을 시작했다. 와다다다, 달리는 뒷 모습을 보는데 친구네 아이가 생각보다 빠르다. 우리 아이가 뒤로 훅훅 처지는 모습을 보니 올림픽도 아닌데 마음이 초조해졌다. 결승점에 도착하여 다시 돌아오는 길, 큰 차이로 뒤따라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억지로 웃어보았다. 집 앞에서 뛸 때는 맨날 아이가 이기게 해줬는데 혹시나 아이가.. 2021. 10. 21.
엄마, 싫은게 아니고 더 좋은거야 5살 아이도 월요병이 있다. 하루만 못 봐도 친구들이 보고 싶다 하는 아이지만 월요일 아침엔 몇 번이고 물어본다. "엄마, 오늘은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 그럼, 주말동안 잘 놀았으니 이제 어린이집 가서 신나게 놀아야지! "어린이집 안 가고 싶은데..." 이 말이 가장 무섭다. 안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혹시나 무슨일이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종종 친구들과 놀다가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을테고,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도 있을터이니 말이다. "왜... 어린이집 가기 싫어? 재미없어...?" 조심스레 물어보는 엄마의 말에 아이가 짜증섞인 대답을 했다. "아니 엄마, 싫다는 게 아니고~~~~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게 더 좋아서, 어린이집 안 가고 싶다는거지. 싫다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랑 노는 게 더 .. 202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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