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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아이의 말

나는 이빨이, 엄마는 마음이!

by 관심부자 2021. 11. 4.



아침, 저녁 하루에 2번 양치전쟁을 치르고 나면 진이 다 빠질정도다. 양치 하자고 하면 우리 아이의 패턴은 거의 이렇다.

갑자기 자기 방에 뛰어들어가며 급한일이 있는 듯 딴 짓을 한다.
놀던 장난감을 모두 치워야 한다며, 조립 로봇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시계박사가 되어 시계바늘로 협상을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주다 보면 20-30분은 기본이다. 요즘 나이 때는 억지로 들고 양치를 시킬 수도 없기에 뻔한 변명을 해도 어느 수준까지는 속는 셈 넘어간다.

어제도 저녁 8시반, "양치하자~" 소리로 시작해 화장실에 9시가 다되어 들어갔다. 원래는 한 10초 까딱 까딱 하다가 엄마보고 해달라며 바통터치를 하는데 웬일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하겠단거다.

5살 아이들은 대부분 양치를 혼자 말끔히 하지 못한다. 혼자 다 하고 나면 엄마가 마무리만 좀 해준다 했더니 정색을 한다.

"안돼~ 도와주지 마. 혼자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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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했음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계속 한쪽만 닦는 저 양치질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혼자서도 너무 잘하지만~ 어른들이 잡아야하는 세균이 아직 남았어. 지난번에 치과 기억나지? 이빨 아프렴 너만 손해다."

나름 요즘 엄마처럼 너는 너, 나는 나 화법으로 아이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눈도 꿈쩍 안하며 아이가 대답했다.

"아니야 엄마, 내 이빨이 썪으면 우리 둘 다 아픈거야.  나는 이빨이, 엄마는 마음이!"

이럴 때 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본인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느끼는 자신감'과 '약간의 뻔뻔함'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도 더 사랑하는 엄마가 무릎을 꿇고 이빨을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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