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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아이의 말

엄마... 이불 좀 덮어주세요...

by 관심부자 2021. 10. 30.

두돌 지나고 예방접종이 한동안 없다가 4돌 지나니 3-4개의 백신일정이 생겼다. 수두부터 어려운 영어이름 주사까지, 일정에 따라 아이를 데리고 늘 가던 소아과로 갔다.

평소 씩씩하게 주사를 잘 맞던 어린이(?)인데 그 날은 오랜만에 주사를 맞으러 갔더니 좀 긴장해 보였다.

"엄마, 주사 한 대 맞는거야?", "주사 맞고 나면 나 1층 빵집에서 젤리 사먹을거야~"

그럼~ 오늘은 주사 1대만 맞고 가는거고, 젤리도 핑크퐁, 신비아파트 중에서 마음에 드는걸로 고르라며 언넝 한 대 따끔하게 맞고 나오자고 했다.

꼼꼼히 예방접종 신청서를 작성했고 아이수첩을 간호사에게 건냈다.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이 예상밖의 말씀을 건네셨다. "어머니 오늘 아이 주사 2방이에요. 오른쪽 왼쪽 하나씩"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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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자마자 아이는 1초만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눈물 콧물 글썽, 발은 동동, 소리 소리를 질렀다. "오늘 주사 1대라며~ 왜 2대야! 하나만 맞는다며!!"

간호사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총 4가지 접종이 있고 오늘 맞는 것만 두 개를 동시에 맞을 수 있단다. 아니면 나눠서 와도 되는데 그러면... 또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하니...

'오늘 맞히자'
남편과 눈빛신호 후,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로 돌진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다들 아실거다. 모르면 몰랐지 아이가 알게 된 이후로는 '스피드'가 생명이란 것을.

의사 선생님도 딱 보면 아시니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셨다. "힘빼"

단호하게 왼쪽, 오른쪽 두 방의 주사를 약 10초만에 놓으시곤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를 양쪽 팔에 붙여주신다. 사탕 받아가라는 간호사 쌤의 말도 뒤로 하고 아이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세상 모든게 밉단다. 엄청울었다. 겨우 달래서 1층 빵집에서 손바닥만한 커다란 막대젤리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평소처럼 책 세권을 읽어주고 불을 껐는데 아이가 작고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이불 좀 덮어주세요..."

평소 절대 이불도 안덮는 아이가 이불을 덮어 달라니 어디가 아픈가 싶어, "왜? 추워?" 물었더니

"나 오늘 주사 두 개 맞았잖아요... 오늘은 이불 덮고 잘래요...."

아이구나 ㅎㅎㅎ 누가보면 병치레하는 줄 알겠다. 아마 만화에서 봤겠지만 아플 때 이불덮고 머리에 수건을 올려놓은 그런 모양새를 하고 싶었나보다. 빵 터지는 웃음을 참고 얼른 이불을 목까지 포근히 덮어주었다.

"오늘 주사 맞은거 많이 아팠어? 아직도 아픈거야?"

말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약간의 앓는소리(?)를 내며 눈을 감는 아이. 너무 귀여워 손으로 이마도 짚어주고 오늘 정말 용감했다며 폭풍 칭찬도 해줬다.

하지만 미안해... 다음주, 다다음주 아직 주사가 2번 남았단다... 말은 하지 못한 채 같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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