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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아이의 말

'분'이 지나간다~!! '분'은 어디에 가는 거야..??

by 관심부자 2021. 11. 7.

5세 정도가 되면 자연스레 존댓말을 씁니다. 대부분은 생활에서 터득하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표현의 차이를 설명해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몇 달전 엘레베이터 안에서의 일이 그랬습니다.

 

엘레베이터에서의 10초는 꽤 깁니다.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제격이지요. 거기다가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니 아이의 관심은 최고치에 달합니다. 

 

"엄마, 저 사람은 어디에 가는거야?"

"엄마,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 뭐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놓고 물어봅니다. 쉿~! 손을 입에 가져다 대어도 질문은 끝이 없습니다.

 

"아니~ 저 사람은 7층을 눌렀는데 그럼 우리 바로 위층이네?"

"저 사람은 왜이렇게 짐이 많아. 슈퍼에서 뭘 산거야?"

 

엘레베이터에서 말하기가 어려워 내리자마자 조용히 설명해줬습니다.

 

사람들을 손가락질을 하며 가리키지 말 것, 모르는 상대방을 말 할 때는 '저 사람' 이 아니라 '저 분'이라고 부른다. 그게 일종의 존댓말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며칠 후 거실 창문에서 아이가 밖을 구경하다 큰소리로 저를 부릅니다.

 

"엄마~~ 엄마~~!!! 저기 저기 분이 지나간다!!!"

 

"어어어어, 분이 엄청많다. 다들 어디가는거야?"

 

분??? 설거지를 하다 말고 아이 옆으로 다가가 창문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날은 며칠동안 비가 오락가락 하던 여름날이었고 오후에 비가 그치니 사람들이 기다렸다 듯이 우르르 나왔습니다.

 

"분이라니~? 뭐가 분이야?"

 

"저기 저기, 분!! 엄마가 사람이라고 하지말고 분이라고 하라 했잖아!!"

 

아......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 할 때 존댓말로 이 분, 저 분, 그 분 이라 불러야 한다 말해줬던 그 이야기 입니다. 아이는 그저 '사람 = 분' 이다. 이렇게 이해했나 봅니다. ㅎㅎㅎ 

 

분명 맞긴한데..... 아 뭐라고 설명해주지.... 사실 저도 개념을 알고 쓰는건 아닙니다. 너무나 체득해 온 것일뿐... 앞 뒤 없이 뭐라 뭐락 예시문으로 몇 개 알려줬습니다. 사람이랑 분이랑 같은 말은 아니고, 분은 앞에 가리키는 말이 있어야한다 등등... 아이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아이를 기르면서 알려주기 어려운 2개의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존댓말과 감정단어들의 개념입니다. 존댓말도 수준이 있어서, 일반 존대, 극존칭, 경존칭 등 다양하고 감정의 단어들은 실제 어른들이 구분해서 쓰지 않기 때문에 알려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희 아이는 '부끄럽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처음보는 사람을 봐도 부끄럽다, 그림이 잘 안그려져도 부끄럽다, 엄마가 화를 내도 부끄럽다, 일종의 불편한 감정의 총체적 단어(?) 로 사용합니다. 아이 때문에 또 아이 덕분에 사전을 자주 찾아 봅니다. 그리고 가끔은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의미들도 많더라고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 밖에 이 많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아이와 들이 많은 공원에 가서 실컷 놀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이 많은 장소에서는 꼭 마스크 착용! 챙기시고요. 오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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