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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아이의 말

어린이집에 배추 선생님이 오셨어요.

by 관심부자 2021. 10. 24.

 

저녁시간 밥을 먹던 아이가 신이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오늘 우리반에 배추 선생님이 오셨어"

응? 배추선생님?? 내가 아는 그 배추가 맞냐며 몇 번이고 되물었는데, 정말 '배추선생님'이 맞다는거다. 그것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몇 번이고 다시 말했다.

"응! 배추선생니임~!! 오늘은 배추선생님이랑 같이 놀았어요."

나는 남편이랑 눈빛 신호를 주고 받으며, 해석불가의 단어를 곰곰히 생각했다. 아, 이번주에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휴가를 가셔서 자리를 비운신다 했던 공지가 생각났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대신 오셨나보다. 근데 왜 그 분이 '배추 선생님' 이란 말인가!?

"어.. 음.. 오늘 배추 선생님이 처음 오셨을 때는 약간 부끄러웠는데 나중에 책도 읽어주시고 했어."

문득 머리 속에 스쳐가는 예감으로 아이에게 되물었다. 혹시...... 오늘 담임선생님 대신 오신 대체 선생님 이야기 하는거니?

"어 맞아, 대체 선생님!"

순간 동시에 팍 웃음이 터지며 남편과 나는 한참을 큰 소리로 웃어댔다. 대체선생님이 오셨다는 말을 '배추 선생님'으로 알아들은거였다. 대체라는 말을 알리가 없기에 본인이 알고 있는 가장 유사한 단어로 바꿔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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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도 짖굿게 다시 물었다.

"오늘은 배추 선생님 안 오셨어?"

아이는 피식 웃으며, 놀리지 말라는 투로 얘기한다. 아니~ 대체 선생님이지. 이제는 우리 담임 선생님이 오신다고! 다시 돌아 오셨어!

그날 하루종일 배추 선생님이라, 알고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지금 생각해도 웃길 정도다. '대체'라는 단어를 알려주느라 고생을 좀 하긴했지만 오늘 하루도 덕분에 웃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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