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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아이의 말

내가 운 이유는 따로 있어

by 관심부자 2021. 12. 15.

우리아이는 울보다. 5살 남자아이인데 섬세하고 감정의 결이 살아있다. 그래서 상대의 기분도 잘 알아차린다. 놀아줄 때도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달까? ㅎㅎ 엄마, 아빠의 마음을 모두 꿰뚫고 있는 듯한.

그래서일까 어린이집에서 1일 1울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어느날 아이가 하원해서는 "나 오늘은 안울었어~!!" 라고 기세등등하게 말하는 걸 듣고선, '아... 원래는 매일 울었구나" 싶었다. 무슨일로 우는지 궁금해서 이래저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왜~ 친구랑 놀다가 속상한 일 있었어?"
"아니면~ 선생님에게 혼났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 아니라고 한다. 엄마 마음은 점점 타들어가는데 입을 꾹 다물고는 내가 운 이유는 아무에게도 말 안해준다는 듯, 모른척을 해버린다.

찜찜한 마음을 뒤로하고 거실에서 사부작 사부작 볼일을 보는데, 가족들이 아무도 없을 때 슥~ 아이가 옆으로 와서 말을 뗀다.

엄마... 내가 운 이유는 따로 있어...
그게 말이지, 음.. 엄... 내가...
내가 옥상놀이터에서 놀다가 맨날 넘어지는데...
그때 친구들이 내 걱정을 안해줬어...
나는 친구들 넘어지면 항상 걱정해주는데.......음..
그래서 내애가! 운거야아!!!!!!!!!!!!!!!!!!!!!!!!!

울먹이며 자신의 마음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아이를 보고 너무나 귀여운 마음에 웃음이 빵터졌는데, 자기는 슬픈데 왜 웃냐며 또 화를 낸다. ㅎㅎㅎ 넘어진게 아파서 우는게 아니고, 넘어진 자신을 걱정해주지 않는 친구들이 야속했단다.

이럴 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 너무나 난감하다. 위로를 못받아서 속상하긴 하겠다만, 한 번 넘어진걸로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걱정해주진 않는데..... 뭐라 더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속상했겟다~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가끔은 모든 상황에 해결책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 맞겠지??

그래도 울었던 이유 말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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