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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아이의 말

5살 아이의 쿨내 진동 한 마디

by 관심부자 2021. 10. 21.

 

우리 아이는 스스로를 '스피드 부스터'라고 불러 달란다. 그만큼 속도를 좋아하고, 달리기를 사랑하는 아이다.

집 앞 공터에서 엄마 아빠와 달리기 시합을 하자며 대결을 자주 신청한다. 물론 10번 중 10번은 아이가 이긴다. 엄마, 아빠가 일부러 져 준다는걸 아직은 눈치 못챈 듯 하다.

어느 날은 동갑내기 아이를 키우는 친구네 가족과 공원에 놀러갔다. 오손도손 놀던 두 아이가 냅다 달리기 시합을 시작했다.

와다다다, 달리는 뒷 모습을 보는데 친구네 아이가 생각보다 빠르다. 우리 아이가 뒤로 훅훅 처지는 모습을 보니 올림픽도 아닌데 마음이 초조해졌다.

결승점에 도착하여 다시 돌아오는 길, 큰 차이로 뒤따라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억지로 웃어보았다.

집 앞에서 뛸 때는 맨날 아이가 이기게 해줬는데
혹시나 아이가 졌다고 울먹일까, 조마조마 했다.

골~인~
친구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우리 아이가 들어왔는데, 요 놈이 싱글싱글 웃으며 친구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잘 하고 있어~!"

아니, 이 쿨하고 멋진 아이를 보았나!!??
져도 상관 안하는 아이의 쿨내진동 에티튜드를 보고선 엄마가 한 수 배웠다.

그 날 달리기를 20번 넘게하고, 18번은 본인이 졌다. 지는 순간에도 친구에게 잘하고 있다며 응원해주고 이긴 순간에는 크게 기뻐했다.

18번을 졌음에도 여전히 '스피드 부스터'로 불려지길 희망하고 지금도 자기는 빠르다고 여기고 있다.

잠시 승부의 프레임으로 조바심이 일었던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아이는 오늘도 자기만의 속도대로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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