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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스스로의 말

내가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기 :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by 관심부자 2021. 10. 17.

회사원의 공식적 이름은 임금근로자, 피고용인 등이다. 본인이 주인인 사업이나 장사에는 정년이 없지만, 피고용인은 누구든지 만료일이 있다. 정규직이라면 법적으로 만료일을 임의로 당기거나 줄이거나 할 수 없다. 하지만 항상 제도보다 압도적인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사기업 기준으로는 40초반에는 부장승진, 팀장임명으로 한 번의 갈림길에 서고, 50세가 될 쯤 임원이 될 수 있느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코로나 이후 부쩍 경제적 자유, 파이프라인, 조기은퇴, 파이어족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언제나 피고용인의 길은 단 하나의 목적지(정년퇴임 또는 퇴사)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유투브를 통해 그런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많아진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흘러 넘친다. 마치 은퇴, 퇴직 즉 '언젠가 우리는 회사에서 짤린다'는 명제가 오랫동안 금기어처럼 사회에 봉인되어 있다가 문을 열자 와르르 쏟아나오는 것 같다.

 

오래전에 세바시 강연에 나왔던 카드사 직원 이동수 씨,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라는 문장을 컴퓨터 모니터에 자필로 써서 보란듯이 붙여놓았다. ㅎㅎ 웃기고 통쾌하고 괴짜같다, 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리고 '정말 맞는말이다'하는 생각이 이어서 들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혜안을 가질 수 있었을까? 나보다 시야가 더 넓은 사람들의 말을 참고할 수 있어서 행운이다.

 

나는 올해 이직을 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10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떠나 또 다른 '회사'로 옮겼다. 처음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선배들이 많이 해준말, "어딜가나 다 똑같아, 그냥 여기다녀." 회사원에서 회사원이 되는게 별다를게 없다는 것 쯤은 나도안다. 그럼에도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만든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가진게 없어서 너무나 열심히 했던 지난 10년의 세월이 나에게 감옥이 되어, 더 더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 까봐 두려웠다. 주변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만족시키지 못하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될 까봐, 불안 해 했고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긴장과 예민함이 높은 상태로 일을 했다. 야근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출근과 동시에 빠르고 많은 일의 흐름 때문에 퇴근 후에는 나 자신을 위해 어떠한 시간도 갖지 못했다. 

 

하루에 가진 내 에너지의 95%는 모두 일에 쏟아 부어서 나머지 시간은 단 5%만을 가지고 살았다. 내 인생의 계획, 스스로의 꿈과 미래 등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고 생각하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더 일에 몰입 했었나 싶다. 큰 에너지를 쏟아서 만든 결과물은 또 짐이 되어 넘어서야 할 산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 물론 재밌고 큰 성취를 이룬 시간들이었다. 그저 문득 내 인생에서 '회사일'을 조금 덜어내야겠다,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직한 곳도 결국 회사다. 나는 여전히 피고용인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만든 감옥이 없다. 오버해서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내야하는 압박도 덜 하다. 열심히 일하고 모든 역할에 충실히 임해도 퇴근 후 에너지가 남는다. 내 모든 생산적 에너지를 회사에 투입하지 않아도 되어서 블로그도 시작했다. 요즘 살 맛이 난다. 즐겁고 자유롭다. 

 

일하는 게 버겁지 않고, 내 삶도 평온하다. 새로운 걸 하고 싶고, 실행할 힘이 있다. 그리고 아래의 글귀를 가끔씩 되새김질한다.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렇게 위로가 되는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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